설치미술 작품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멋과 맛을 자랑하는
매실소스의 300년 기왓장 안심 스테이크
PICASSO와 함께 아름다운 요리를
서울 필운동 ‘THE SOHO’... 네티즌 선정 ‘프러포즈 하기 좋은 곳 1위’
인간이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일단 생존을 위한 가장 원시적인 행위다. 질이야 어떻든 빈 속을 채워 굶주림만 면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먹을거리가 많아지면 인간의 식사는 달라진다. 단순한 포만감에서 벗어나 맛있는 것을 찾고 영양을 따진다. 인간의 욕구는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정신적 ‘허기’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식사를 요구한다. 미술·음악·문학 등이 가미된다. ‘먹고 사는’ 원시적 행위가 ‘먹는 문화’로 발전하는 것이다. 서울 사직공원 옆에 있는 ‘아름다운 공간 THE SOHO'는 음식만 있는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문학과 미술이 깔려 있고, 자주 수준급 음악회도 만날 수 있는 복합 예술공간이다
원래 이 THE SOHO 갤러리 자리는 일본의 단가 시인으로 유명한 손호연 시인이 50여년 간 아름다운 시 집필 활동을 한 운치있는 한옥 집이 있던 곳. 1999년 도로공사로 불가피하게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왼쪽으로 손호연 시인의 작품 세계와 손때 묻은 소품이 전시된 두 평 남짓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찔레꽃 뾰족한 가시 위에 내리는 눈은 찔리지 않으려고 사뿐히 내리네.’
두 줄로 끝나는 짧은 형태의 시(詩)들이지만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는다
발걸음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그림이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피카소·미로·샤걀 등 후기인상파 화가들의 진품 작품이다. 한국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도 등장한다. 한 작품씩 꼼꼼하게 보다보면 식사하러 온 사실을 깜빡 잊기도 한다
.이곳의 음식은 화가의 이름을 따서 지은 미로·샤걀·피카소 세트 메뉴가 재미있다. 점심에는 샤갈정식(3만5,000원)이 인기가 높다. 전채와 수프에 이어 매콤한 치킨구이가 메인요리로 등장한다. 음식이 전반적으로 프랑스 요리를 기초로 해 먹기 아까울 정도로 너무 멋스럽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맞춰 소스까지 깔끔하게 비울 정도로 맛있다
THE SOHO만의 특별한 정찬 ‘피카소의 식탁’이란 것도 있다. - La Table de Picasso- 피카소 진품이 있는 독립 전시공간에 두 사람만의 식탁을 차려준다. 하루에 한 커플 만을 위하여 연출되는 이곳은 주방장이 두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 메뉴를 정하고 와인까지 골라서 내준다
전면과 천장이 유리로 꾸며진 테라스가 인상적이다. 천장 유리를 통해 들어온 햇볕이 따뜻하고 창밖으로 한옥의 우아함을 살린 정원풍경이 아름답다. 꽃이 피는 봄이면 새싹이 보이고, 겨울이면 눈을 기대하기 좋은 곳이다. 밤이면 밤대로 아기자기한 조명이 분위기를 더욱 돋운다. 네티즌이 선정한 ‘프러포즈하기 좋은 곳, 1위’로 꼽힐 만하다
1/11, Culture & Life
필운동 THE SOHO 02-722-1999
영업시간 : 오전 11시30분 - 오후 11시
좌석수 : 150
별실 3
주차장 무료
유지상 중앙일보 기자